비에 관한 시
ㄱ 거리에 비내리듯 ㅡ 베들렌느
거리에 가을비 오다 ㅡ 이 준관
그렇게 속삭이다가 ㅡ 이 성복
ㅁ 마른잎 두드리는 빗방울 하나 ㅡ 프란시스 잠
ㅂ 비1 ㅡ 이성복
비 ㅡ김남주. 이형기
빗소리 ㅡ 박 건호
비가 오려 할 때 ㅡ 문 태준
비가 와도 젖는 자는 ㅡ 오 규원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ㅡ 조 병화
비에도 그림자가 있다 ㅡ 나 희덕
비 오는 날 ㅡ 김 소월.롱펠로우.임 길택
비 온 뒤 아침 햇살 ㅡ 유 승도
비의 서정시 ㅡ 신 석정
ㅅ 새벽비 ㅡ 정 철훈
서정 ㅡ 전 봉건
소나기 ㅡ 전 남진
ㅇ 아궁이 속 빗소리 ㅡ 정 영주
여우비 ㅡ 이 선영
왕십리 ㅡ 김 소월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ㅡ 함 민복
ㅈ 장대비에 멎은 소읍 ㅡ 문 태준
저녁비 ㅡ 조 정권
거리에 비 내리듯
거리에 비내리듯
내 마음 속에 눈물 흐르네
가슴 속에 스며드는
외로움은 무엇이런가?
땅 위에, 지붕 위에 내리는
부드러운 빗소리
울적한 가슴을 위한
아, 비의 노래여!
낙담한 이 가슴에
까닭없이
눈물 흐르네
무엇이! 배반은 없었다고?
이 슬픔은 까닭도 없네
사랑도 미움도 없이
왜 이다지도 마음은 아픈지
이유조차 모르는 일이
가장 괴로운 아픔인 것을!
베들렌느(1844-1896)
거리에 가을비 오다
노란 우산 아래로 장화의 물방울을 튀기며
나는 거리로 나선다
비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자, 나는 들으마, 너는 말하라
나는 외로운가 보다
나는 누구로부터 위로의 말을 듣고 싶은가 보다
풋내기 시인처럼 앞뒤 운이 맞지 않는 네 말소리에
나는 열중한다
얼간이처럼 바지가 다 젖을 정도로
나는 외로운가 보다
길가에는 젖은 발들이 흐른다
젖은 발들이 내 쓸쓸한 발등을 밟는다
나뭇잎들이 비의 말을 따라 흉내를 낸다
앵무새처럼
남의 말을 따먹으며, 나뭇잎은 나보다 더 외로운가 보다
항상 나에겐 낯설기만 한 비의 알파벳
이국 처녀의 눈처럼 파란 비 오는 가을 풍경
나는 누구를 방문할 일도 없는데
꽃집에 들러 꽃을 산다
주정뱅이처럼 꽃을 보고 혼자 지껄이는 나는
형편없이 외로운가 보다
이 준관
그렇게 속삭이다가
저 빗물 따라 흘러가 봤으면
빗방울에 젖은 작은 벚꽃 잎이
그렇게 속삭이다가, 시멘트 보도
블록에 엉겨 붙고 말았다 시멘트
보도 블록에 연한 생채기가 났다
그렇게 작은 벚꽃 잎 때문에 시멘트
보도블록이 아플 줄 알게 되었다
저 빗물 따라 흘러 가봤으면
비 그치고 햇빛 날 때까지 작은
벚꽃 잎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고운 상처를 알게 된 보도 블록에서
낮은 신음소리 새어나올 때까지
이 성복
마른 잎 두드리는 빗방울 하나
마른 잎 두드리는 빗방울 하나
느릿느릿, 오래도록, 그 빗방울은 늘 한 장소에서
두드리고 다시 또 일념으로 두드린다....
초췌한 이 마음을 두드리는 그대 눈물 한 방울
느릿느릿, 오래도록 그 괴로움은 늘 한 장소에서
시간처럼 집요하게 소리 울린다
하지만 그 잎과 마음에는
밑빠진 공허가 안에 들어 있기에,
나뭇잎은 빗방울을 끝없이 받아내고 견딜 것이다
마음도 송곳같은 그대를
끝없이 받아내고 견딜 것이다
프란시스 잠
비1
가라고 가라고 소리쳐 보냈더니
꺼이꺼이 울며 가더니
한밤중 당신은 창가에 와서 웁니다
창가 후박나무 잎새를 치고
포석을 치고
담벼락을 치고 울더니
창을 열면 창턱을 뛰어 넘어
온 몸을 적십니다
이 성복
시집<그 여름의 끝> 문지. 2000년
비
어떤 비는 난데없이 왔다가
겨울 속의 꿈을 앗아 가지만
봄비는 나물 캐는 소녀의 까칠한
손등을 보드랍게 적시지 않는다
어떤 비는 폭군처럼 왔다가
들판을 마구 휩쓸어 가지만
여름비는 두레질하는 농부의 금간
논바닥을 다물게 하지 않는다
어떤 비는 살며시 왔다가
채전을 촉촉히 적시어 주지만
가을비는 김장하는 아낙네의 벌어진
손바닥을 아물게 하지 않는다
어떤 비는 당돌하게 왔다가
젊은 날의 언덕을 망가뜨려 놓지만
비의 계절에 미쳐 버린 나의
영혼을 어루만져 주지 않는다
김 남주
비
적막강산에 비 내린다
늙은 바람기
먼 산 변두리를 슬며시 돌아서
저문 창가에 머물 때
저버린 일상
으슥한 평면에
가늘고 차운 것이 비처럼 내린다
나직한 구름자리
타지 않는 일모日募
텅 빈 내 꿈의 뒤란에
시든 잡초 적시며 비는 내린다
지금은 누구나
가진 것 하나하나 내놓아야 할 때
풍경은 정좌하고
산은 멀리 물러앉아 우는데
나를 에워싼 적막강산
그저 이렇게 빗속에서 저문다
살고 싶어라
사람 그리운 정에 못 이겨
차라리 사람 없는 곳에 살아서
청명과 불안
기대와 허무
천지에 자욱한 가랑비 내리니
아 이 적막강산에 살고 싶어라
이 형기
빗소리
빗소리를 듣는다
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
환히 열리는 문이 있다
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
현실의 꿈도 아닌 진공상태가 되어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눈을 감으면 넓어지는
세계의 끝을 내가 간다
귓 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소리
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박 건호
<그리운 것은 다 오래 전에 떠났다> 한누리미디어. 2007년
비가 오려 할 때
비가 오려 할 때
그녀가 손등으로 눈을 꾹 눌러 닦아 울려고 할 때
바람의 살들이 청보리밭을 술렁이게 할 때
소심한 공증인처럼 굴던 까만 염소가 멀리서 이끌려 돌아올 때
절름발이 학수형님이 비료를 지고 열무밭으로 나갈 때
먼저 온 빗방울들이 개울물 위에 둥근 우산을 펼 때
문 태준
비가 와도 젖는 者는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 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江은 젖지 않는다
나를 젖게 해 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江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漁族은 강을 거슬러 올라
하늘이 닿은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번뇌, 날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者는 다시 젖지 않는다
오 규원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함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덫을 모르는 가엾은 사람이란다
조 병화
비에도 그림자가 있다
소나기 한차례 지나가고
과일 파는 할머니 비를 맞은 채 앉아 있던 자리
사과 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그림자
아직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 하늘 한 조각
나 희덕
비 오는 날
비오는 날, 전에는 베들렌의
내 가슴에 눈물의 비가 온다고
그 노래를 불렀더니만
비오는 날 , 오늘
나는 <비가 오네> 하고 말 뿐이다
비오는 날, 포플러 나무잎 푸르고
그 잎 그늘에 참새무리만 자지러진다
앞에 앉았던 개고리가 한 놈 쩜벙하고 개울로 뛰어내린다
비는 싸락비다, 포슬포슬 차츰
한 알, 두 알, 연달려 비스듬이 뿌린다
평양에도 長別理, 오는 비는 모두 꼭 같은 비려니만
비야망정 전일과는 다르도다, 방 아랫목에
자는 어린이 기지개 펴며 일어나 운다, 나는 <저 비오는 것 보아!>하며
금년 세 살 먹은 아기를 품에 안고 어른다
석양인가, 갓틈 끝 아래로 모여드는 닭의 무리, 암탉은
찬비 맞아 우는 오굴쇼굴한 병아리를 모으고 있다
암탉이 못 견디게 꾸득인다, 모이를 주자
김 소월(1902 - 1934.12.24)
비오는 날
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하여라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고,
허물어지는 벽에는 담쟁이 덩굴,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을 날려가네
날은 춥고, 쓸쓸하네
내 인생도 춥고, 어둡고, 쓸쓸하네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네
내 생각은 허물어지는 과거의 담벽에 붙어
불어오는 질풍에 젊음의 꿈을 날려 보냈네
날은 어둡고, 적막하네
슬픈 가슴이여, 조용하라!
불평은 그만하라!
먹구름 뒤에는 밝은 태양이 비치고 있다
그대의 운명도 예외는 아닌 것!
모든 사람의 운명에 얼마의 비는 내리는 것
인생이 어둡고 쓸쓸할 때도 있는 것!
롱펠로우
비 오는 날
마루 끝에 서서
한 손 기둥을 잡고
떨어지는 처마 물에
손을 내밀었다
한 방울 두 방울
처마물이 떨어질 때마다
툭 탁 툭 탁
손바닥에서 퍼져 나갔다
물방울들 무게
온몸으로 전해졌다
손바닥 안이 간지러웠다
임 길택
비 온 뒤 아침 햇살
나뭇잎 씻어줄래
투명하도록 푸르게 씻어줄래
푸른빛 타오르게 불태울래
별들의 몸에도 붙어 반짝이며 날아갈래
죽은 나무에도 척 붙어 쓰다듬을래
바위에도 내려앉을래
거름 더미에도 내려앉을래
눈부시게 민들레
노란 꽃처럼 한 송이 노란 꽃처럼
세상을 그렇게 만들래
유 승도(1960 - )
비의 서정시
길이 넘는 유리차에 기대어
그 여인은 자꾸만 흐느껴 울었다
유리창 밖으로는 놋낱 같은 비가 좌악 좍 쏟아지고
쏟아지는 비는 자꾸만 유리창에 들이치는데
여인의 흐느껴 우는 소리는
빗소리에 영영 묻혀버렸다
그때 나는 벗과 같이 극장을 나오면서
그 여배우를 아무래도 잊을 수가 없다고
이야기 한 일이 있다
생활의 창문에 들이치는 비가 치워
들이치는 비에 가슴이 더욱 치워
나는 다시 그 여인을 생각한다
글쎄 여보!
우리는 이 어설픈 극장에서 언제까지
서투른 배우 노릇을 하오리까
신 석정
새벽비
새벽인데 빗줄기가 굵다
우당탕 바람도 세다
한 번 눈을 뜨면
다시 잠들지 못하는 요즘이다
기왕에 눈 비비고 베란다에 나가
모과의 시들거리는 잎새를 한 장씩 쓰다듬어본다
멀리서 빗물 찰박거리며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물이야 그렇게 밟힌다 한들 비명이나 지를까마는
내 듣기엔 물도 아프다
이 새벽참 밥을 벌기 위해 어디로 가고 있을
내 모르는 사람의 안부도 궁금하다
어느 불켜진 창을 바라보면
뜬 눈으로 새벽을 맞는
나 같은 사람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
시들시들한 잎새를 붙인 채
몇 년 째 맥을 못추는 모과에게
튼실이라고 이름을 붙여본다
아프지 말아라 모과야
곧 동이 튼다
정 철훈
<개같은 신념> 문학동네
서정抒情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무에 걸린 바람도 비에 젖어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내 팔에 매달린 너
비는 밤이 오는
그 골목에도 내리고
비에 젖어 부푸는 어둠 속에서
네 두 손이 내
얼굴을 감싸고 물었다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장 뜨거운 목소리로
전 봉건
소나기
지난 날 내 비겁함이
오늘은 종일 구름으로 글썽인다
때 늦은 후회처럼 비 내린다
두둑두둑 산이 부러지고
길이 거칠게 튀어오른다
피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 없다고
함부로 뛰어가는 신발에 꽃잎이 묻어왔다
가을이 끝나는 길, 네 마음에 묻은 내가
비를 피해 뛰어가고 있었다
전 남진
아궁이 속 빗소리
빈집 아궁이에 오그리고 앉아 불 지피는데
머리마저 아궁이 속에 밀어넣고
솔가지에 후후 입김 불어넣는데
매운 연기 제 젖은 눈물만 토해낼 뿐
어쩌자고 불꽃 하나 일렁이지 못하고
습한 물기로 흐려지는지
어쩌자고 아궁이로 밀어넣은 눈두덩에선
불꽃보다 물꽃이 더 튀는지
장작보다 더 바짝 마른 나를 집어넣고도
나는 타지 않고 나는 타지 않고
냉갈 냄새에 전 아랫목에 앉아
대숲이 가득 들어찬 창문을 바짝 당겨놓고
매운 벽도 끌어다 등짝에 붙인 채
깊어지는 빗소리를 듣는다
아궁이 속 빗소리 하염없이 듣는다
사람이 들지 않은 여러 해째
아마도 이런 소리였을 것이다
빈집이 저 홀로 긴밤 지새울 때
서까래 한쪽 어깨가 기울고
문지방까지 쑥부쟁이만 들고 날 때
내리는 빗소리 따라 맵고 젖은 불길로
툭, 투둑 툭, 울었을 터이다
정 영주
말향고래. 실천문학사.2007년
여우비
햇살인 줄만 알았던가
어떻게 햇살이기만 하겠는가
그대 다문 입가에 느닷없이 찬 빗방울 떨어질 때 고개 들어 샅샅이 바라보라
나 언제나 그대 눈과 손과 귓가에 가볍게 닿으려는
환한 햇살이지만
이 햇살엔 그대와 나를 적실 수 있는 위험한 비가 감춰져 있는 것을
이 선영
<일찍 늙으매 꽃꿈> 창비.2003년
왕십리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올라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김 소월
우산 속으로 비 소리는 내린다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하여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 취하고 싶은건 내가 아닌 나의 나날인데
비가 와 선명해진 원고지칸 같은 보도블록 위를
타인에 떠밀린 탓보단 스스로의 잘못된 보행으로
비틀비틀 내 잘못 써온 날들이 우산처럼 비가 오면
가슴 확 펼쳐 사랑 한 번 못해본 쓴 기억을 끌며
나는 얼마나 더 가슴을 말려야 우산이 될수 있나
어쩌면 틀렸는지도 모르는 질문에 소낙비에
가슴을 적신다
우산처럼 가슴 한 번 확 펼쳐보지 못한 날들이
우산처럼 가슴을 확 펼쳐보는 사랑을 꿈꾸며
비 내리는 날 낮술에 취해 젖어오는 생각의 발목으로
비가 싫어 우산을 쓴 것이 아닌 사람들의 사이를 걷고 또 걸으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함 민복
장대비 멎은 소읍
땅이 소란스러운 때를 보냈으니 누에가 갉아먹다 남긴 뽕잎 같다
장대비가 다녀가셨다
복사꽃처럼 소담한 놈도 개중에는 있었고
귓볼이 도톰하고 거위 소리처럼 굵은 울대를 가진 놈도 다녀가셨다
비 내린 땅은 돌꽃마냥 곳곳이 파인 얼굴이다
팔랑팔랑 하얀 나비 새로이 나는 것으로 장대비 멎은 줄 아는 것이지만
집을 주섬주섬 나오는 촌로들은 늙고 초췌하다
문 태준
저녁비
여보게...
서대문 신학대학 뒤 고풍한 담장길에
담장보다 오래 묵은 은행나무 밑으로 오게
그 은행나무보다 오래 묵어온 마음같이
저녁비가 내리고 있네
여보게...
여보게 ....
올라거든 그냥 오지 말고
지금은 없어진 서대문 전찻길을 찾아서 오게
고풍스런 바람 한자락 의젓이 걸치고
예전에 우리 자주 가던 길을 따라
헌옷 차림 그대로 오게
조 정권(19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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